누구나 꿈꾸는 나만의 행복을 지켜주는 보금자리, 나의 집은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집에 집착하여 돈을 벌기도 하고 큰 어려움에 빠지기도 하죠. 집으로 대박을 잡은 분도 있고, 하우스푸어가 된 분도 있습니다.

 

세대간, 계층간 집으로 벌어질만큼 벌어진 이 시대에 이제 하나 정리하고 가야할 제도(?)가 있습니다, "전세".

 

사실, 경제적으로 전세는 이해할 수 없는 임대방식입니다. 1억에 산 집을 7천만원에 전세를 주면 집주인은 3000만원에 대한 이자를 그대로 포기하게 되고 재산세와 2년마다 임차인을 구하기 위한 부동산비, 집의 노후로 인한 수리비를 부담하게 됩니다.

 

 들어오는 돈은 없이 나가기만 하는데 왜 이리 전세를 놓았을까요. 그동안은 집값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위에 열거한 수많은 돈이 지출되도 3년,5년 후 집값이 2억이 되어 있으니 그때 팔면 그동안의 지출은 그냥 껌값(?)이 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정확히는 2008년까지)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집값은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정부가 아무리 돈을 풀어도 집값을 겨우 현상유지하는 정도입니다. 전세로 얻을 단 하나의 이익이 사라졌으니 전세를 놓을 사람이 없는 것은 자명합니다. 전 사실 지금도 전세를 놓는 분들이 이리도 많은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집값이 앞으로 상승할 일이 없다면,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전세를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집을 사거나, 월세를 사는 방법이 남습니다.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월세살면 돈 못모은다." 맞는 말입니다. 지금의 월세시세라면 말입니다. 하지만 전세값이 폭등해서 사람들이 전세만 찾고, 그로 인해 전셋값이 집값에 육박하는 동안 월세시세도 조금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조정될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돈을 모아서 내 집마련을 하게 되고 그때까지 월세를 살면 무엇이 좋을까요? 일단 결혼할 때 준비할 목돈이 줄어듭니다. 군대제대해서 취업하고 결혼만 하면 되는데, 집이 없어서 결혼 못하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많을까요? 상상이 안갑니다.

1억5천만원의 전세금을 구하지 못해 결혼을 미루는 예비신혼부부가 보증금 5천만원에 월 50만원의 월세에서 시작한다면?

 

1억5천과 5천의 차이. 1억을 모으는 시간만큼 일찍 결혼할 수 있겠습니다. 사회적 비용은 엄청나게 아껴질 수 있고요. 고령출산 문제도 다소 완화되겠습니다. 부모님에게 결혼비용을 의존하는, 캥거루같은 자식이 될 필요도 없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한 "합리적인 월세가격"입니다. 지금과 같은 월세 시세라면 모두 공염불이 되고 말겠지요. 정부에서 임대주택을 많이 지어서 월세의 기준을 잡아주지 못하면 하우스푸어에서 렌트푸어 세대로 그저 말만 바뀌는 집거지들이 양산될 수 있습니다.

 

대출을 해주면 그 금액만큼 가격은 상승하게 되어 있습니다. 전세대출로 전셋값 올릴 그 시간에, 수명 다한 전세를 과감히 버리고 월세 대책 하나라도 내놓길 박근혜 정부에 기대해 봅니다.